7월1일 취임 트루타니치 LA시 검사장 '난 LA시민의 변호사···부르면 달려간다'
내일(7월 1일) 공식 취임을 앞둔 카르멘 트루타니치 LA시 검사장 당선자는 요즘 매일 LA다운타운의 뱅크오브아메리카 빌딩 43층에 있는 회의실로 출근한다. 참모들과 함께 다음 달부터 입성할 검찰청 업무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검사장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이미 지난 24일 검사장 선서를 마쳤지만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로키 델가디요 검사장의 마지막 날까지 배려하기 위해" 사무실 없는 불편함을 참고 있다. 매일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는 주민들이 부르면 자정이라는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아시아계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트루타니치 당선자의 계획과 소신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식 취임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요즘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다. '떨리냐 아니면 맘이 들뜨냐(exciting)'고 묻는다. 내 대답은 '노(No)'이다. 맘이 들뜨면 사소한 일에 실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있다. 자신감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당선 후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나. "'세계적인 미션'을 수행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나 할까?(웃음) 입성 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의견을 듣고 업무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고 있다. 특히 새 검사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우수한 LA시 검사들이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수인계팀과 행정팀을 꾸려 매일 미팅하고 있다. 최근에는 LA시 산하 각 부처 담당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에게 '내가 당신들의 새 변호사'라고 알려주고 있다. 나는 시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다. 그들이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 시민들도 만나고 있다. 어젯밤에도 밸리지역 주민들과 밤 12시까지 미팅했다. 시민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만날 것이다." -최근 결정된 인수위원회에는 한인도 포함됐는데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검찰청에서 하고 있는 업무를 파악하는 일을 맡겼다. 검찰청은 총 12개부서로 나눠 일하고 있다. 행정.운영 부서는 물론 형사법과 민사법 담당 범죄수사 동물보호법 노인학대범죄 등으로 나눠진다. 70명의 인수위원들은 부서별로 나눠져 업무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알려주게 된다. 이번 인수위원들의 할 일은 내가 목표한 투명하고 독립성을 갖춘 시검찰청으로 꾸리기 위한 토석을 다지는 일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배경과 각 분야에서 실력을 갖춘 뛰어난 사람들로 꾸렸다. 한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뽑진 않았다. 하지만 한인이 포함돼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내일이 취임이다. 첫 업무는 무엇인가. "문을 부수는 일이다. 하하하." -문을 부순다니 정확히 설명해 달라. "말 그대로 문을 부순다. 검찰청 건물 내부에 설치된 자동문을 떼어내는 일이다. (참조: 검찰청에는 2개의 자동문이 있다. 한 개는 1층 로비에 있으며 검사장 사무실 입구 앞에도 시큐리티 코드가 입력돼 있는 카드를 제시해야 열리는 유리문이 설치돼 있다.) 아래층에 시큐리티 가드까지 세워두고 있는데 굳이 검찰청 건물 안에까지 시큐리티 코드를 눌러야 문이 열리는 장치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리문 작동을 중단시키라고 명령했다." -굉장히 파격적인 조치다. 안전 우려는 없는가. "LAPD가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 공약은 '열린 검찰청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러 겹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면 검찰청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부담스럽고 힘들 것이다. 비서실장 조차 나를 만나기 위해 시큐리티 코드가 필요하다면 열린 검찰청이 아니다. 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는데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캠페인 당시 검찰청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했었다. 어떻게 실현하겠는가. "최근 법원에서 LA시 감사관은 선출직 공직자의 업무를 감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나는 부임하면 곧장 웬디 그루엘 감사관을 초청해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감사를 먼저 요청할 것이다. 또 법원 판결을 검토해 취소를 요청하겠다. 선출직 공직자는 감사를 받아야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다른 정치인들의 공격이 걱정되지 않는가. "그런 것이 걱정됐다면 이 자리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LA시민들의 변호사다. 그리고 싸움에 능하다. 공격하고 싸움을 걸어온다면 나도 싸울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에 하고 싶은 말은. "한인들의 참여다. 나 역시 이민자 가정 자녀다. 영어를 못한다고 걱정하지 말라. 나에겐 좋은 통역관이 있다. 문제가 있거나 건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와줄 것을 부탁한다. 한인 커뮤니티와도 자주 만나도록 노력하겠다. 여러분이 지켜보고 있다는 게 부담스럽다. 심장마비에 걸릴 것 같다. 하지만 4년 뒤 한인 유권자들이 다시 나에게 표를 던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 ■신임 LA시 검사장은… 카르멘 트루타니치는 이민 2세대다. 크로아티아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남가주 샌 페드로 지역에서 자랐다. USC에 진학해 경영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졸업 후 삼촌이 운영하는 회사의 일을 도우면서 사우스베이 법대 야간 클래스에서 공부, 변호사가 됐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잠시 거쳐 1988년 LA카운티검찰청 검사로 변신한 그는 갱 관련 살인사건을 맡는 갱범죄반에서 근무하는 동안 저돌적으로 케이스를 진행해 ‘터프한 검사’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그 뒤 검찰청 작업환경단속반 검사를 거친 그는 1998년 개인 로펌 ‘트루타니치-마이클 LLC’를 차리며 독립했다.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는 트루타니치 검사장은 크로아티아 이민자 답게 지역 청소년 커뮤니티 축구팀 AYSO의 커미셔너이자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본인 스스로는 풀코스 마라톤을 20회 이상 완주한 마라토너다. 그는 마라톤을 뛰는 이유로 “스포츠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난 사람=장연화 기자